2015년 늦은 가을이었다.
쓸쓸하게 비가 내리던 광화문 광장.
비가 오는 바람에 거리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그날 무슨 극우 파쇼 집단의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그곳에 차려진 세월호 빈소를 노려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탓에 그들도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빈소를 어느 여성분 혼자 지키고 있길래
혹시나 하여 무슨 일이 있는 척 그곳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체팔이니 빨갱이니 위협적 언사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빈소를 지키는 여성분을 향해 시비를 건다.
빈소 주변에 출입을 제한하는 바리케이드도 있었고
경찰도 몇이 있었으나
둘러쳐있는 바리케이드 안쪽까지 들어와 시비를 건다.
내가 다가가니 슬쩍 자리를 피한다.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나가면서도 끝내 욕지거리를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빈소를 지키는 사람이 여성분 혼자가 아니었다면
멀찌감치 떨어져 욕했을지언정
안쪽까지 쳐들어와 시비를 걸진 않았으리라.
지금 생각하니 그들은 하수이다.
2016년의 어느 날인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밤이 되어 광화문 광장도 한산해졌을 때다.
그날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세월호 빈소를 지나는 길이었는데
내 또래의 어느 남자가
마침 세월호 빈소의 문들 닫고 정리를 하고 나오는
두 명의 여성분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 보였다.
그 여성분들도 당하고 만 있지 않고 같이 맞서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경찰도 없었고 두 명의 여성과 나와 시비 거는 남자 하나뿐이었다.
같이 싸울까 하다가 마침 거기에 집회에서 사용되었던 수의 입은 전두환, 박근혜 모형물이 있었는데
냅다 가서 전두환 대가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심한 욕을 하면서...
그러니 방금 전까지 여성과 시비를 걸던 남자가 한번 쳐다보고는 지 갈길을 간다.
역시 그도 하수이다.
또 다른 어느 날
세월호 빈소 부근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그날은 빈소에 지킴이 봉사자들이 제법 있었고
몇몇 봉사자들은 피켓을 높이 들어 선전전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극우 파쇼 집회가 있었고
거기에 참석했다 그곳을 지나치던 몇몇이
봉사자들에게 욕을 해댄다.
그중 한 명이 "내가 토착왜구다!" 소리 지르며
춤을 춰댄다.
나도 그렇지만 봉사자들이 핸드폰을 꺼내
그를 촬영하였는데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찍어! 찍어! 내가 토착왜구야!" 하며 계속 조롱을 한다.
(그때 토착왜구란 말이 이슈가 되던 때였던 가 보다.)
그 뻔뻔함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때 진실된 마음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깨달았다.
김영환 씨의 홍보물이 톡방에 올라왔을 때, 그때 알았다.
저들도 절실하구나.
그때 알았다.
나의 게으름을.
내가 나약함을,
내가 뻔뻔하지 못 함을.
승리란 그것을 향한 절심함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1987년 대선 때부터 선거 때마다
우리는 참으로 절실하지 않았던가...
내 경험에 의하면 악은 언제나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뻔뻔하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사는 것이 참 슬프다.
오늘 새로 만든 톡방에 여러 후배들을 불러 모으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몇 자 넋두리해본다.